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길 위에 서면 나는 서러웠다 갈 수도, 안 갈 수도 없는 길이었으므로. 돌아가자니 너무 많이 걸어왔고, 계속 가자니 끝이 보이지 않아 너무 막막했다. 허무와 슬픔이라는 장애물, 나는 그것들과 싸우며 길을 간다. 그대라는 이정표, 나는 더듬거리며 길을 간다. 그대여, 너는 왜 저만치 멀리 서 있는가. 왜 손 한 번 따스하게 잡아주지 않는가. 길을 간다는 것은, 확신도 없이 혼자서 길을 간다는 것은 늘 쓸쓸하고도 눈물겨운 일이었다. 이정하 시인의 [길 위에서]라는 시입니다. 우연한 계기로 (어떤 소설 속에서 언급되어서) 뉴질랜드에서 파운데이션 코스를 1년 하는 동안 알게된 시였습니다. 당시에 제 심상을 그야말로 100% 잘 말해주는 시여서 저걸 읽는 순간 무언가 가슴을 쾅하고 때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었습니다. 파운데이션 1년이 말이 저렇게 거창해서 그렇지 사실상 [재수학원]이라고 보시면 되는겁니다. 미래의 보장같은 것 없이 그 1년 공부를 해서 연말에 시험을 쳐 그 점수를 가지고 대학을 가는 것이었으니까요. 제가 저 시를 접했던 것이 재작년 이맘때쯤으로 어느정도 뭐가 뭔지 감을 잡고 난 후였습니다. 내가 이 먼 땅에서 뭐를 하고 있는거지? 재수라면 한국에서 해도 되지 않나? 이게 올바른 길인가? 돌아갈까? 그러긴 여기까지 온게 아깝잖아? 하루에서 여러번 머릿속에 물음표를 띄우던 시기였죠. 그러던 녀석이 저 시를 접했으니 그때의 쇼크란 정말 어마어마했습니다. 사실 한국의 학생들에게 "시"는 암기의 대상이요 분석의 대상이지 절대로 자신과의 공감대를 형성하며 가슴을 울리게 하는 무언가는 아니지 않습니까. 근 10년을 (미국에서야 시를 안 배웠으니 빼야죠) 시에대한 그러한 생각만 가지고 살다가 저 시를 접하고서 한동안 달달달 외우고 다녔었습니다. 나중에 또다른 무언가를 접하고서 마음잡고 공부할 때 까지 (이건 나중에 포스팅 하겠습니다.) 생전 처음으로 시를 외웠었습니다. 그리고 오늘, 이 잠안오는 야심한 시각에 문득 그때의 생각이 나서 인터넷을 뒤져 음미해보는데 역시나 처해있는 환경이 바뀌고 사람이 바뀌니 그 당시의 감동이 오지 않네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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